농어촌 도로에 보행자 전용로 설치를
농촌 교통사고 치사율, 도시보다 5배 이상 높아
사고 100건당 6.5명이나 숨져

길을 걷던 노부부가 갓길에서 다리쉼을 하고 있다.
농촌의 도로를 지나다 보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걷는 노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한 눈으로 보기에도 위험천만하다. 아예 갓길이 한 뼘도 없는 길에,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없는 길에 대형차량이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갈 땐 아찔하다. 농사철엔 사람뿐 아니라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사 장비들도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한적한 도로에서 속도를 내던 운전자들도 더디게 앞서가는 경운기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들이 많으리라.

도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행자나 농기계와의 충돌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마을 앞길에 과속 단속 카메라와 방지턱을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행정 당국은 우회도로란 이름으로 새로 길을 내는 것엔 인심이 후하지만,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에 보행자와 농기계의 이동길을 만드는 데엔 인색해 보인다. 고작해야 ‘마을앞’, ‘노인보호구간’, ‘농기계주의’ 라는 표지판을 세우고 방지턱을 만드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마을 앞길에서 차량들이 서행을 하게 조치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마을과 마을을 오가야 하는 나이 든 주민들을 위한 보행자 전용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중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갓길이나 보행자 전용도로가 없다 보니 찻길로 다닐 수밖에 없다. 매우 위험하다. 도로에 보행자 전용도로 신설이 어렵다면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산책로와 같은 이면도로를 만들어서라도 농촌 마을 주민들의 이동로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과 가까운 도로지만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에 비해 도로가 잘 닦인 나라도 사실 많지 않다. 진안군도 해마다 굽은 도로를 곧게 펴는 선형 개량공사와 집단 거주지를 우회하는 우회 도로공사를 하지만 돈을 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해마다 시행하는 도로공사 덕분에 도로는 넓어지고 곧아지고 차량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런 외형적 발전과는 달리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도로 안정성은 높지 않다. 특히 사람이 적게 사는 농어촌 지역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만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사고 100건당 6.5명으로 도시(1.2명)보다 5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행 중 사망하는 노인 수는 10만 명당 16.3명으로, OECD 평균인 2.8명보다 6배 정도나 많다. 특히 노인들이 길을 가다 사망하는 교통사고는 농어촌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농어촌에서의 차량 속도가 도시에 비해 빠르기도 하지만 농어촌 도로 대부분에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도로의 안전시설 설치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통행 위주로 설계된 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그리고 고령자가 모는 전동보행기들이 차량의 눈치를 보면서 차도 옆을 조심조심 통행하고 있는 것이 농어촌의 현실이다.
보행자 사고 실태를 봐도 도시민보다 농촌주민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행 사망자가 많은 시간대인 저녁 6에서 8시 사이를 보면 농촌(28.2%)이 도시(10%)보다 야간 사망자 발생 비중이 3배 가까이 높았다. 농촌에서 보행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의 80.5%가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걸음이 느려지고 차량을 뒤늦게 확인하는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유기열 도로교통공단 과장은 “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노인보호구역(실버존)으로 지정하고 도로안전시설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객과 등산객을 위한 산책로(운일암반일암과 구봉산)


주천면과 진안읍의 보행자 전용로 (극히 짧은 구간만 설치돼 있어 실효성은 적어보인다.)
진안군도 건설 분야에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극히 짧은 일부 구간이나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를 만들었을 뿐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보행권을 위해 예산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건설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기존 도로 옆에 차도와 분리된 제대로 된 보행자 전용도로를 설치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전남 영광군은 총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10개 읍·면을 대상으로 군도 및 농어촌도의 ‘길어깨(갓길)’를 보행자 통행 공간으로 개선해 군민들의 보행 안전을 확보하는 ‘다기능 길어깨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다기능 길어깨 정비사업’은 군도 및 농어촌도 내 군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행 공간 설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자 영광군이 올해 새로 도입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갓길을 보행자가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하는 식으로 추진된다. 출처 : 투데이영광(http://www.tdyg.co.kr)
2023년 12월 기준, 진안군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27.4%다. 이는 전국 평균 고령화율 18.6%보다 심각하게 높은 수치다. 고령자가 더욱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촌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차량의 통행을 위해 새롭게 도로를 내는 것 보다 농어촌에 사는 이들이 가까운 이웃과 안심하고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보행자 통행로를 만들자. 사람도 없는데 자꾸 뭘 새로 지을 생각은 그만하고 있는 것들이나 잘 고쳐 쓸 지혜를 모아보자.
글 / 이규홍 nogak1351@gmail.com
사진 / 전재영
농어촌 도로에 보행자 전용로 설치를
농촌 교통사고 치사율, 도시보다 5배 이상 높아
사고 100건당 6.5명이나 숨져
길을 걷던 노부부가 갓길에서 다리쉼을 하고 있다.
농촌의 도로를 지나다 보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걷는 노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한 눈으로 보기에도 위험천만하다. 아예 갓길이 한 뼘도 없는 길에,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없는 길에 대형차량이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갈 땐 아찔하다. 농사철엔 사람뿐 아니라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사 장비들도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한적한 도로에서 속도를 내던 운전자들도 더디게 앞서가는 경운기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들이 많으리라.
도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행자나 농기계와의 충돌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마을 앞길에 과속 단속 카메라와 방지턱을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행정 당국은 우회도로란 이름으로 새로 길을 내는 것엔 인심이 후하지만,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에 보행자와 농기계의 이동길을 만드는 데엔 인색해 보인다. 고작해야 ‘마을앞’, ‘노인보호구간’, ‘농기계주의’ 라는 표지판을 세우고 방지턱을 만드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마을 앞길에서 차량들이 서행을 하게 조치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마을과 마을을 오가야 하는 나이 든 주민들을 위한 보행자 전용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중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갓길이나 보행자 전용도로가 없다 보니 찻길로 다닐 수밖에 없다. 매우 위험하다. 도로에 보행자 전용도로 신설이 어렵다면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산책로와 같은 이면도로를 만들어서라도 농촌 마을 주민들의 이동로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과 가까운 도로지만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에 비해 도로가 잘 닦인 나라도 사실 많지 않다. 진안군도 해마다 굽은 도로를 곧게 펴는 선형 개량공사와 집단 거주지를 우회하는 우회 도로공사를 하지만 돈을 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해마다 시행하는 도로공사 덕분에 도로는 넓어지고 곧아지고 차량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런 외형적 발전과는 달리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도로 안정성은 높지 않다. 특히 사람이 적게 사는 농어촌 지역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만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사고 100건당 6.5명으로 도시(1.2명)보다 5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행 중 사망하는 노인 수는 10만 명당 16.3명으로, OECD 평균인 2.8명보다 6배 정도나 많다. 특히 노인들이 길을 가다 사망하는 교통사고는 농어촌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농어촌에서의 차량 속도가 도시에 비해 빠르기도 하지만 농어촌 도로 대부분에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도로의 안전시설 설치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통행 위주로 설계된 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그리고 고령자가 모는 전동보행기들이 차량의 눈치를 보면서 차도 옆을 조심조심 통행하고 있는 것이 농어촌의 현실이다.
보행자 사고 실태를 봐도 도시민보다 농촌주민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행 사망자가 많은 시간대인 저녁 6에서 8시 사이를 보면 농촌(28.2%)이 도시(10%)보다 야간 사망자 발생 비중이 3배 가까이 높았다. 농촌에서 보행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의 80.5%가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걸음이 느려지고 차량을 뒤늦게 확인하는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유기열 도로교통공단 과장은 “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노인보호구역(실버존)으로 지정하고 도로안전시설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객과 등산객을 위한 산책로(운일암반일암과 구봉산)
주천면과 진안읍의 보행자 전용로 (극히 짧은 구간만 설치돼 있어 실효성은 적어보인다.)
진안군도 건설 분야에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극히 짧은 일부 구간이나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를 만들었을 뿐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보행권을 위해 예산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건설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기존 도로 옆에 차도와 분리된 제대로 된 보행자 전용도로를 설치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전남 영광군은 총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10개 읍·면을 대상으로 군도 및 농어촌도의 ‘길어깨(갓길)’를 보행자 통행 공간으로 개선해 군민들의 보행 안전을 확보하는 ‘다기능 길어깨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다기능 길어깨 정비사업’은 군도 및 농어촌도 내 군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행 공간 설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자 영광군이 올해 새로 도입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갓길을 보행자가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하는 식으로 추진된다. 출처 : 투데이영광(http://www.tdyg.co.kr)
2023년 12월 기준, 진안군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27.4%다. 이는 전국 평균 고령화율 18.6%보다 심각하게 높은 수치다. 고령자가 더욱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촌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차량의 통행을 위해 새롭게 도로를 내는 것 보다 농어촌에 사는 이들이 가까운 이웃과 안심하고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보행자 통행로를 만들자. 사람도 없는데 자꾸 뭘 새로 지을 생각은 그만하고 있는 것들이나 잘 고쳐 쓸 지혜를 모아보자.
글 / 이규홍 nogak1351@gmail.com
사진 / 전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