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아닌 주체로서 삶을 완결짓자(1) - 로푸키리 주택공동체 이야기
필자는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살면서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이르긴 하지만) 노인 돌봄의 문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나라엔 지역과 공동체, 또는 당사자인 노인들 스스로 돌봄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례도 많지 않거니와 그런 문화도 낯설다. 분명한 사실은 자녀들도 이제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과거의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있고 노인들도 자녀로부터 보호를 받겠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빈번하게 겪게 될 노인 돌봄의 문제와 주체적 삶이 가능한 노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대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에 월간광장에선 이와 관련한 국내외의 연구자료와 성공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소개할 곳은 이미 국내외에 널리 소개된 핀란드의 ‘로푸키리’ 주택공동체다. / 월간광장 편집부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라비안란타 마을에 있는 노인 전용 아파트 '로푸키리' 모습. <헬싱키 로푸키리 홈페이지>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마을의 ‘로푸키리’ 주택공동체
멋진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는 마지막 질주
핀란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고령화에 직면한 국가 중 하나다. 1990년대 핀란드 정부가 경기 침체로 노인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노인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푸키리' 공동체가 탄생했다.
로푸키리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있다. 2006년에 조성된 이 공동주택은 450제곱미터(약 136평) 면적의 아주 작은 공간으로 58가구 69명이 거주하는 공동체 주택이다. 이곳이 만들어진 이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노년 주거 복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노인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는 형식에선 실버타운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로푸키리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노인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고, 아파트 부지 선정부터 공간 설계, 세부 규칙을 정하는 일까지 모두 노인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해당 행정기관도 이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엄두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헬싱키에 살던 마르야 달스트롬과 3명의 할머니는 “요양원 같은 시설로 가지 말고 노인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활동적 노인협회(The Active Senior Association)’를 결성했다. 협회는 노인 전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 나서며, 노인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부지 선정, 공간 설계, 세부 운영규칙까지 만들어 2006년 헬싱키 인근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7층 건물을 지어 '로푸키리'를 완성했다.

공유마당은 주민 공동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아라비안팔벨루 소속 주택조합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블록마당이다. / Arabian Palvelu 홈페이지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 공동주택은 단순한 집단거주가 목적이 아니다.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의 풍성한 공동체 삶
로푸키리의 주요 특징과 운영 방식
❍ 노인들의 자율적인 설계 및 운영 - 이곳의 입주자들은 모두를 가족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생활을 직접 디자인한다. 식사도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한다. 위원회를 결성해 매달 열리는 회의를 통해 식사, 청소, 빨래 등 공동체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민주적으로 결정한다. 위원회가 내건 표어는 ‘함께 살자’로 모두가 가족이며 동료라는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70명도 채 안 되는 주민들이 6개 조를 짜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마을을 청소하며 삶을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있다.
❍ 노인 친화적 시설과 다양한 공간 활용 - 건물 설계부터 노인들의 편의와 공간의 활용성을 고려했다. 1층과 7층에 공동 사용 공간을 마련해 독서실, 에어로빅, 사우나, 체력단련실, 자전거 보관실 등을 두었으며 자동차 2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입주자들은 가구마다 단독생활을 하므로 당연히 사생활은 보장되며 주방, 목욕실, 발코니 등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36~80㎡의 공간에서 거주한다.
❍ 지역 사회와의 교류 -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 재정적 자립 - 정부 지원 없이 노인들이 연금을 모아 마을 운영 기금을 조성하고 모든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노인 전용 아파트 로푸키리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 <로푸키리 블로그>
핀란드 정부의 지원과 제도
핀란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노인 국민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노인 국민연금은 소득에 따라 감소하지 않으며, 연금 수령액이 적으면 보장 연금으로 추가 혜택을 받는다. 또한 노인 재취업 활성화 제도로 노인 일자리 재교육 및 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노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핀란드의 노인 재취업률은 EU 평균 5%를 크게 웃도는 13%에 이른다. 한마디로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로 지원하고 있어 노인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로푸키리의 시사점
❍ 노인의 자발적 힘: 로푸키리는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발적 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협동조합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변의 행정기관과 사회적 지지를 끌어냈다.
❍ 주민과 행정기관의 조화: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행정기관은 세심한 의견 수렴과 정책 반영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 뚜렷한 목적과 목표의 중요성: ‘함께 살자’라는 로푸키리의 공동 목표는 구성원 개인의 목표와 맞닿아 이를 함께 달성하는 힘이 된다.
❍ 인식 변화: 행정기관 종사자들은 주민을 이끌려 하기보단 겸손하게 주민의 요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주민과 더불어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고 협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된다.
주체적인 노년의 삶을 향해
노년의 삶을 손님이 아닌 주체로서 완결짓기 위해선 로푸키리의 사례에서 보듯 당사자들의 자발적 노력과 지역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내가 더 나이를 먹고 거동이 지금보다 더 불편해졌을 때도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통장에 잔고가 넉넉하다면야 별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어느 기관이나 시설의 통제 아래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기를 희망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지금의 사회적 관계들을 유지하며 내 의지대로 나를 표현하면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은 소박하지만, 나의 삶과 존엄을 지키려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다.
꼼짝 못 하고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할 때가 되더라도 옆 침대에 누운 친구와 정치, 경제, 사회, 철학과 문학을 논하다 눈을 감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한집에서 또는 한 구역에서, 적어도 한 마을에서 모여 살 수 있어야 한다.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노인요양시설에 손님으로 들어가 생판 모르는 이들과 온전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나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거부당한 채 외톨박이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늙었다고 그런 권리를 양보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노년 주거복지 명성 핀란드 로푸키리, 한국 시니어타운의 미래를 묻다 - 비즈니스포스트
- [해외는 지금]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 어르신들의 행복한 공동체 삶 - 월간 주민자치]
손님이 아닌 주체로서 삶을 완결짓자(1) - 로푸키리 주택공동체 이야기
필자는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살면서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이르긴 하지만) 노인 돌봄의 문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나라엔 지역과 공동체, 또는 당사자인 노인들 스스로 돌봄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례도 많지 않거니와 그런 문화도 낯설다. 분명한 사실은 자녀들도 이제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과거의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있고 노인들도 자녀로부터 보호를 받겠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빈번하게 겪게 될 노인 돌봄의 문제와 주체적 삶이 가능한 노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대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에 월간광장에선 이와 관련한 국내외의 연구자료와 성공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소개할 곳은 이미 국내외에 널리 소개된 핀란드의 ‘로푸키리’ 주택공동체다. / 월간광장 편집부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라비안란타 마을에 있는 노인 전용 아파트 '로푸키리' 모습. <헬싱키 로푸키리 홈페이지>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마을의 ‘로푸키리’ 주택공동체
멋진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는 마지막 질주
핀란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고령화에 직면한 국가 중 하나다. 1990년대 핀란드 정부가 경기 침체로 노인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노인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푸키리' 공동체가 탄생했다.
로푸키리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있다. 2006년에 조성된 이 공동주택은 450제곱미터(약 136평) 면적의 아주 작은 공간으로 58가구 69명이 거주하는 공동체 주택이다. 이곳이 만들어진 이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노년 주거 복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노인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는 형식에선 실버타운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로푸키리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노인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고, 아파트 부지 선정부터 공간 설계, 세부 규칙을 정하는 일까지 모두 노인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해당 행정기관도 이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엄두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헬싱키에 살던 마르야 달스트롬과 3명의 할머니는 “요양원 같은 시설로 가지 말고 노인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활동적 노인협회(The Active Senior Association)’를 결성했다. 협회는 노인 전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 나서며, 노인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부지 선정, 공간 설계, 세부 운영규칙까지 만들어 2006년 헬싱키 인근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7층 건물을 지어 '로푸키리'를 완성했다.
공유마당은 주민 공동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아라비안팔벨루 소속 주택조합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블록마당이다. / Arabian Palvelu 홈페이지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 공동주택은 단순한 집단거주가 목적이 아니다.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의 풍성한 공동체 삶
로푸키리의 주요 특징과 운영 방식
❍ 노인들의 자율적인 설계 및 운영 - 이곳의 입주자들은 모두를 가족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생활을 직접 디자인한다. 식사도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한다. 위원회를 결성해 매달 열리는 회의를 통해 식사, 청소, 빨래 등 공동체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민주적으로 결정한다. 위원회가 내건 표어는 ‘함께 살자’로 모두가 가족이며 동료라는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70명도 채 안 되는 주민들이 6개 조를 짜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마을을 청소하며 삶을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있다.
❍ 노인 친화적 시설과 다양한 공간 활용 - 건물 설계부터 노인들의 편의와 공간의 활용성을 고려했다. 1층과 7층에 공동 사용 공간을 마련해 독서실, 에어로빅, 사우나, 체력단련실, 자전거 보관실 등을 두었으며 자동차 2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입주자들은 가구마다 단독생활을 하므로 당연히 사생활은 보장되며 주방, 목욕실, 발코니 등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36~80㎡의 공간에서 거주한다.
❍ 지역 사회와의 교류 -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 재정적 자립 - 정부 지원 없이 노인들이 연금을 모아 마을 운영 기금을 조성하고 모든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노인 전용 아파트 로푸키리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 <로푸키리 블로그>
핀란드 정부의 지원과 제도
핀란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노인 국민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노인 국민연금은 소득에 따라 감소하지 않으며, 연금 수령액이 적으면 보장 연금으로 추가 혜택을 받는다. 또한 노인 재취업 활성화 제도로 노인 일자리 재교육 및 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노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핀란드의 노인 재취업률은 EU 평균 5%를 크게 웃도는 13%에 이른다. 한마디로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로 지원하고 있어 노인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로푸키리의 시사점
❍ 노인의 자발적 힘: 로푸키리는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발적 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협동조합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변의 행정기관과 사회적 지지를 끌어냈다.
❍ 주민과 행정기관의 조화: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행정기관은 세심한 의견 수렴과 정책 반영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 뚜렷한 목적과 목표의 중요성: ‘함께 살자’라는 로푸키리의 공동 목표는 구성원 개인의 목표와 맞닿아 이를 함께 달성하는 힘이 된다.
❍ 인식 변화: 행정기관 종사자들은 주민을 이끌려 하기보단 겸손하게 주민의 요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주민과 더불어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고 협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된다.
주체적인 노년의 삶을 향해
노년의 삶을 손님이 아닌 주체로서 완결짓기 위해선 로푸키리의 사례에서 보듯 당사자들의 자발적 노력과 지역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내가 더 나이를 먹고 거동이 지금보다 더 불편해졌을 때도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통장에 잔고가 넉넉하다면야 별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어느 기관이나 시설의 통제 아래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기를 희망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지금의 사회적 관계들을 유지하며 내 의지대로 나를 표현하면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은 소박하지만, 나의 삶과 존엄을 지키려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다.
꼼짝 못 하고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할 때가 되더라도 옆 침대에 누운 친구와 정치, 경제, 사회, 철학과 문학을 논하다 눈을 감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한집에서 또는 한 구역에서, 적어도 한 마을에서 모여 살 수 있어야 한다.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노인요양시설에 손님으로 들어가 생판 모르는 이들과 온전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나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거부당한 채 외톨박이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늙었다고 그런 권리를 양보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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