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복지/ 환경 앞으로 20년은 돌봄 시대

앞으로 20년은 돌봄시대


김유애 / 진안군 백운면 흰구름작은도서관



10여 년 전, 백운면으로 귀농했을 때 살고 싶은 마을이 있었다. 예전에는 11가구가 살았다는 그 마을에는 주민들이 다 떠나고, 두 집에 할머니 두 분, 그리고 대나무와 칡넝쿨만 무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한 분은 요양원으로 가시고, 한 분만 사시다가 그분도 읍으로 이사 갔다. 그 적막한 마을에서 할머니 두 분은 어떻게 살고 계셨을까? 젊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소멸할 것이라는 이곳 33개 마을 주민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노후를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까? 농촌 면 단위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노인들만 있을까?

 

1.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지역사회 통합 돌봄

2018년 11월, 보건복지부에서는「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1단계 : 노인 커뮤니티케어)」을 발표한다. 23년 3월에는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지역주민 누구(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아동과 전 지역주민) 라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광의적인 “지역돌봄보장”을 말하며, 1990년 영국 “NHS 및 Community Care Act”에서 시작되었다.


2. 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인가?

2020년, 우리나라도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을 경험했다. 그 해 출생아는 27만 2,377명이고, 사망자 수는 30만 4,948명으로 인구정점을 지나 인구의 자연 감소 추세에 접어든 것이다. 이런 인구추세를 볼 때, 지금부터 한 20년은 돌봄의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생) 1,700만 명이 노인 인구로 진입하고 있다.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치적 훈련을 잘 받은 386세대 노인들이 향후 급격한 노인 정치화를 이끌 것이고, 그들은 복지 전반, 특히 노인복지/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질적 향상을 요구할 것이며 이러한 양질의 돌봄 체계 구축은 결국 지역사회통합 돌봄을 통한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로 구현해야 한다.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복지 사업에는 “중복과 누수”의 문제가 있다. 연 21조 5천억이라는 복지예산을 썼지만, 중복 사업으로 인해 꼭 필요한 대상자들에게 쓰일 예산이 쓰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온 일부 계층 대상(주로 저소득층) 시범 사업 수준의 제도설계를 넘어서서 ‘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은 누구라도 필요할 때 충분히 제대로’ 돌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김용익의 돌봄 이야기, 건강미디어협동조합


3. 연계, 조정, 통합

통합 돌봄의 핵심은 ‘연계, 조정, 통합’이다. 연결할 사업, 조정할 사업, 통합할 사업들을 묶고, 정리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다양한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복지체계와는 달리 그 내용에 ‘의료와 주거’가 포함된다.

김용익(전,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표) 은 “앞으로는 70년대 있었던 새마을운동처럼 노인 주택개량 사업과 지원 주택(케어안심 주택)사업을 해야 한다. 한번 병원 입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소해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케어안심주택을 이용하며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케어안심 주택을 중심으로 보건, 의료, 일상생활 돌봄 등을 연계, 조정, 통합하는 돌봄 체계는 당장 농어촌 면 단위에서 시급하다.

농산어촌에는 뚝뚝 떨어져 접근이 쉽지 않은 단독주택에서 사는 노인과 환자들이 있다. 그 대상자들에게 서비스 제공과 돌봄을 제공하기에는 이동부터 시작해서 어려움이 많다. 면 단위 케어안심 주택에서 한시적으로라도 머물면서 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한정된 비용과 인력으로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돌봄이 이루어질 것 같다.

 

4. 존엄한 죽음까지 돌본다.

사람이 살던 곳에서 생애 말기까지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는 존엄한 죽음까지 책임져야 한다. 지금까지 시범 사업이나 모든 논의는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죽음을 결정하는 형태를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가?


5. 돌봄의 주체는 누군가?

사람의 일생 중에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을까? 돌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가족이나 개인이 안 한다면 국가나 사회가 무조건 책임져야 할까? 그게 가능한 사회가 있을까? AI나 로봇이 돌본다면 정말 사람의 돌봄은 필요 없을까? 내 복지를 위한 비용 부담과 노력, 나눔과 희생 없이 질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6. 진안군, 백운면, 준비됐나?

지난 4월26일, ‘지방정부가 만들어 본 지역사회 돌봄’ 특강에서 변재관 대표는 “개발이냐 돌봄이냐?”라고 하면서, 앞으로 돌봄은 지역 정치와 정책의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했다. 초고령화 사회인 농촌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될 것이다. 2019년부터 앞서가는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통합 돌봄 사업 체계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지역사회통합 돌봄에서는 지자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안군에도, 백운면에도 이미 많은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백운면만 해도 3개의 보건소가 운영 중이고,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 복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좋은 세상 만들기, 지적장애 거주시설 흰마실과 백운선교원, 백운통합돌봄사회적협동조합 등 주민 돌봄을 위한 기관과 조직들이 있다. ‘연계, 조정, 통합’이라는 지역사회통합 돌봄의 키워드로 볼 때,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의료와 주거’, ‘요양과 일상생활 돌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백운면 지역사회통합 돌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여기에서 존엄하게 살다가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김유애(흰구름작은도서관)


이 글은 진안군 백운면에서 발행하는 [월간백운 201호]에 실린 글을 공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