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자라게 하는 건강한 관계와 커뮤니티
조서연 / 진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눈뜨자마자 부지런 떨면서 도시락을 싸서 숲으로 갔다. 해질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고 배고프다는 말과 함께 “오늘 하루 정말 잘 놀았다.”라는 말을 하며 밥 두 그릇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데 자식새끼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진안과 인구 비율 비슷한 장수에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깔깔깔, 바글바글…. 전주, 남원에서 원정 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10년 후 진안은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장수는 여기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장수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 사람들의 마음이 가고 발길이 가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 미래다. 아이들이 가는 곳에 가족이 가고 가족이 움직이면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 진안에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 하나 제대로 있으면 주말에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진안의 주말은 관광객이 오는 마이산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썰렁하다. 아이들 보기가 어렵다. 문을 연 식당도 찾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진안에서 돈을 벌고 다른 지역에 가서 돈을 쓴다.
요즘 나는 진안 보다 다른 지역에서 버는 수입이 더 많다. 강사비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진안이 가장 낮다. 거의 두 배 차이 나는 강의도 있다. 그래서 진안에서 일을 할 바에 이동시간이 걸려도 다른 지역에 간다. 요즘 점점 진안은 미래가 없다고 느껴진다. 죽은 도시 같은 느낌이다.
한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안에 숲 놀이터와 유아숲체험원을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넣었었다. 어린이집, 학부모, 놀이 전문가, 유아숲지도사 등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한번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는데 4년이 걸렸다. 하지만 행정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대답했다. 한 시간 남짓의 간담회는 더 많은 목마름만 남겼다. 단순히 유아숲체험원 개원이 목적이 아닌 지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각자의 문제와 어려움과 아쉬움만 토로한 자리로 끝이 났다.
수도 없이 전화하고 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이 여러 번의 담당자가 바뀌었고 나도 늙고 내 열정은 점점 사라지고 한별이는 곧 초등학교에 간다. 곧 진안은 아이들이 사라지고 어린이집도 사라지고 학교도 사라질 것이다.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무만 심는다고 숲이 되지는 않는다. 아무도 숲을 보는 사람은 없고 숲을 가꾸는 사람이 없다. 열심히 나무만 심고 베기를 반복한다. 결국 어느 것 하나 상생하며 자라는 게 없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뒷말하느라 에너지를 다 쏟는다. 그럼 어느 순간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고 다 망하는 거다.

돈이 순환되지 않고 감정이 순환되지 않으면 경제도 죽고 영혼도 죽는다. 돈을 잘 쓰고 기분이 좋을 때는 내 돈이 저 사람에게 가서 이익이 되는 게 좋을 것이다. 건강한 관계와 커뮤니티는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잘 되는 곳이다. 감정이 잘 소통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올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을 도모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 일은 신바람이 난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비가 내리지 않고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없는 것이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토양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다. 건강한 토양에서는 사람이 자란다. 자라는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사람을 자라게 하는 건강한 관계와 커뮤니티
조서연 / 진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눈뜨자마자 부지런 떨면서 도시락을 싸서 숲으로 갔다. 해질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고 배고프다는 말과 함께 “오늘 하루 정말 잘 놀았다.”라는 말을 하며 밥 두 그릇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데 자식새끼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진안과 인구 비율 비슷한 장수에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깔깔깔, 바글바글…. 전주, 남원에서 원정 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10년 후 진안은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장수는 여기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장수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 사람들의 마음이 가고 발길이 가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 미래다. 아이들이 가는 곳에 가족이 가고 가족이 움직이면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 진안에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 하나 제대로 있으면 주말에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진안의 주말은 관광객이 오는 마이산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썰렁하다. 아이들 보기가 어렵다. 문을 연 식당도 찾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진안에서 돈을 벌고 다른 지역에 가서 돈을 쓴다.
요즘 나는 진안 보다 다른 지역에서 버는 수입이 더 많다. 강사비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진안이 가장 낮다. 거의 두 배 차이 나는 강의도 있다. 그래서 진안에서 일을 할 바에 이동시간이 걸려도 다른 지역에 간다. 요즘 점점 진안은 미래가 없다고 느껴진다. 죽은 도시 같은 느낌이다.
한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안에 숲 놀이터와 유아숲체험원을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넣었었다. 어린이집, 학부모, 놀이 전문가, 유아숲지도사 등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한번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는데 4년이 걸렸다. 하지만 행정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대답했다. 한 시간 남짓의 간담회는 더 많은 목마름만 남겼다. 단순히 유아숲체험원 개원이 목적이 아닌 지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각자의 문제와 어려움과 아쉬움만 토로한 자리로 끝이 났다.
수도 없이 전화하고 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이 여러 번의 담당자가 바뀌었고 나도 늙고 내 열정은 점점 사라지고 한별이는 곧 초등학교에 간다. 곧 진안은 아이들이 사라지고 어린이집도 사라지고 학교도 사라질 것이다.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무만 심는다고 숲이 되지는 않는다. 아무도 숲을 보는 사람은 없고 숲을 가꾸는 사람이 없다. 열심히 나무만 심고 베기를 반복한다. 결국 어느 것 하나 상생하며 자라는 게 없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뒷말하느라 에너지를 다 쏟는다. 그럼 어느 순간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고 다 망하는 거다.
돈이 순환되지 않고 감정이 순환되지 않으면 경제도 죽고 영혼도 죽는다. 돈을 잘 쓰고 기분이 좋을 때는 내 돈이 저 사람에게 가서 이익이 되는 게 좋을 것이다. 건강한 관계와 커뮤니티는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잘 되는 곳이다. 감정이 잘 소통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올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을 도모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 일은 신바람이 난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비가 내리지 않고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없는 것이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토양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다. 건강한 토양에서는 사람이 자란다. 자라는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