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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칼럼

[안중만 연재] 마령을 만나다, 마령을 만들다 3 - 학교와 교사

[안중만 연재] 마령을 만나다, 마령을 만들다 3 - 학교와 교사

[안중만 연재] 마령을 만나다, 마령을 만들다 2 - 학교와 나 [ 이전 내용 보기 ]

서로 다른 생각을 모아가는 기쁨(학습공동체)

마령초등학교는 2012학년도부터 전북형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지난 10년 동안 교실수업 혁신을 중심으로 학교를 혁신하려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앞에서 언급했듯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견지한 일관된 방향성은 교육의 일상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교육의 일상성은 수업으로 구체화 될 수 있기에 너무도 당연히 교실수업혁신에 학교혁신의 중심과 노력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혁신학교 운영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활발한 토론이 전제되어야 했다.

학교와 아이, 교육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내고 공동의 지향을 세우기까지는 버거울 정도의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와 소통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구축되었기 때문이었다.

학습공동체를 통해 혁신학교 운영 및 아이들의 일상적 배움에 대한 집단적 성찰이 가능했고, 교사학습공동체로 시작했던 학습공동체가 학부모학습공동체와 학생학습공동체로까지 확장되어 운영되어왔다. 학부모학습공동체 처음 몇 년은 교사들이 팀을 이뤄 함께 참여하며 학습공동체 전체의 방향과 내용을 채워 왔고 이후에는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함께 계획하고 운영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해 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습공동체는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까지 확장되어 이제는 지역의 중학생과 고등학생까지도 학습공동체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주말에도 아이들과 책 읽는 교사들

학습공동체의 마지막 퍼즐은 ‘학생학습공동체’라는 생각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기초해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으나 학생들에게는 학생들 자체적 힘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시작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학생들 스스로 배움의 주체로 서가는 과정에서 학습공동체가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실천의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마령초등학교 아이들 가운데에는 전주에서 통학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2012학년도부터 혁신학교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좋은 소문이 났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두루두루 퍼지면서 마령초등학교로의 입학과 전학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이들을 위해 마령으로의 이사를 고려했지만 이사할 땅이나 집을 구하지 못해 부득불 전주에서의 통학을 결정했던 가정의 아이들과 교직원의 자녀들이 전주에서 통학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은 하교 후 또는 주말에 지역아동센터와 학부모들이 준비하고 운영하는 ‘학생학습공동체’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아쉬움은 바람을 낳고, 그 바람이 깊어지면 해결의 방법을 찾게 된다. ‘학생학습공동체’에 대한 아이들의 바람을 귀담아듣던 몇몇 선생님들이 전주에 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학습공동체’를 열게 되었다. 2014년 8월 시작된 모임이 2017년 7월까지 3년간이나 운영되었다. 매주 주말에 진행된 책 모임은 철저히 자발성에 기초해 운영되었다. 아마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절대로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주말마다 만나서 진행했던 이야기를 나눠보면, 전주에서 진행된 ‘학생학습공동체’는 책 읽고 나누기, 영화보고 영화 읽기, 책 여행(작가와의 만남을 위한 여행)이라는 줄기로 이어져갔다.

우리는 왜 불편한 이야기를 못하지?

학교의 다양한 문화 가운데 좀처럼 이해되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것을 교육하지만 정작 교사 자신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소극적이다는 것이다. 사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은 이해할 수 있겠으나 공동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리에서조차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답답한 마음이다.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운영하며 함께 약속했던 것 중의 하나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다”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함께 모여 이야기할 때면 협의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회의 규칙으로 만들어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교직경력이 적은 사람부터 많은 순으로 말하기, 돌아가며 말하기,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질문으로 이야기하기, 모든 결정은 1/n로 하기, 협의된 내용은 기록으로 남기고,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행하기 등의 규칙을 정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회의 규칙을 정해도 과정에서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전보다 선생님들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개진하는 방향으로 협의 문화가 혁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회의 시간에 이견을 제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분명 제안된 안건에 대해 이견을 말하는 것은 제안자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제안에 대한 이견이라는 것을 밝혀두었음에도 제안한 의견에 대해 이견을 제출하는 사람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고 때로는 상처로 남겨지기도 한다.

우리 세대가 성장의 과정에서 토론문화를 충분히 접해보지 못했기에 생겨나는 문제라 여겨진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협의 문화가 공동체 문화로 생활화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먼저 토론의 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 마련된 협의의 자리라면 우리는 더욱더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힘들어도 함께!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 이유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직접 교육하는 교원, 각종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직원, 그 밖에 학교에 필요한 여러 일을 돕는 다양한 공무직원 등 누구도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빼고서는 자기가 학교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여러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자기 기준에는 안 해도 될 일인데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겨나곤 한다. 어느 단위에서 결정되어 요구되는 일인지 모르지만 우선 당장 집행부터 해야 하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우리는 자기와 공동체에 묻기로 약속했다. ‘이 일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만약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설사 불편한 일이라도 기꺼이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혁신학교와 학교혁신을 위한 10여 년의 시간 속에서 큰 틀로는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적 학교문화, 학교가 살아나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동등한 권리로 교육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의 과정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협의와 민주적 의사결정의 과정을 통해 학교의 주요한 교육정책과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마령초등학교는 다양한 형태의 학생 다모임, 학부모 다모임, 교직원 다모임, 교육공동체 한자리 모임이 활성화되어 민주적 소통과 나눔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매주 활동하는 배드민턴, 퀼트, 요가 등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직원과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졌다.

이 밖에도 학부모 상담주간 운영(가정방문), 학부모 아카데미, 가족 캠프, 학부모 다모임 등을 통해 계기적 소통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교육과정 설명회는 1학기와 2학기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데 1학기에는 학교교육과정 설명과 현장 제안, 담임교사 면담 등을 중심으로 주간에 이루어지고, 2학기 교육과정 설명회는 1학기에 진행되어온 교육 활동에 대한 평가와 2학기 계획을 중심으로 간략히 이루어지며 학부모들의 관심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아카데미 형식으로 야간에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2013년 4월부터 매월 1회씩 진행된 ‘학부모 책 모임(인문사회과학+자녀양육)’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성장과 발달을 돕는 일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강화시켜 주었다. 학부모 책 모임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되었으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기사는 전북교육신문과의 기사제휴로 전북교육신문의 동의를 받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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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만 / 전교조 진안지회 지회장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나 금평초, 전주서중, 동암고, 전주교육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99년 9월 1일, 김제 만경초 장흥분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으로 전주신동초, 전주동신초, 전주북초를 거쳐 2010년 마령초등학교에 이르렀다.

2012년부터 전북형 혁신학교 운동을 진행하며 학교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령초등학교의 다양한 학교혁신 사례를 전북교육청 직속기관(전북교육연수원, 지역청, 학교 등), 제주, 세종, 충북, 울산교육청 연수를 통해 전국적으로 소개해왔다.

그동안 전주교육대학교에서 ‘교사론’ ‘교직실무’ ‘특별재량활동의 이해’에 대해 강의했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예산 TF 위원과 주민참여예산제 위원(2011~2017)으로 품앗이를 했고, 현재는 청소년정책위원회 위원, 혁신학교운영위원회 위원, 학교자치활성화 지원단 위원으로 역할하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에서 부지부장, 참교육실장, 전주초등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교조 진안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진안군 마령면 추진위원(2015~2021)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전히 아이들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생태시민으로 자라가도록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에 힘쓰고 있다. 학교와 마을, 지역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교육공동체 구축 운영에도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