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이주영 / 삽화_최영
귀농귀촌의 상담 건수에 비해 실제로 귀농귀촌의 인구 증가 추이 결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진안군 연간 700~1,000여 건의 상담건수를 바탕으로 상담을 통해 이주한 경우는 약 10~15건)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문제, 주거 문제 등이 있다면 40대 상담자층에서는 단연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상위를 차지합니다. 농촌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과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조바심, 마지막으로 전학으로 인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상담사례가 아닌 저희 가정의 사례를 통해 귀농귀촌한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생각해 볼까 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4명입니다. 저희가 진안으로 이사 올 당시 아이들은 초 6, 초 4, 초 1이었고 막내는 돌을 갓 지났었습니다. 처음 전학 올 때 전교생이 12명인 작은 학교였고, 큰아이는 해당 학년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작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큰 모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저희 가족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로 꼭 오시라는 말씀을 미안해서라도 감히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 아이들이 선생님과 맞춤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 원하는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며, 같은 학년과의 관계가 폭넓지는 못하지만 전교생이 한 학년처럼 관계를 넓힐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동네가 고향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제 자식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쏟을 수 있는 관심을 모두 쏟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부모라면 느끼시겠지만 아이들은 한 배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격과 생활습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사는 모습도 시골을 대하는 태도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도 작은 학교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도 있고, 생각과 다른 면도 있었습니다.
우선 약속대로 아이들이 원하는 방과후 수업을 되도록이면 의견수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고, 정말 전교생이 친형제·자매처럼 잘 지냈습니다. 물론 큰 아이는 또래가 없어 수업시간이 힘든 면도 있었지만, 전교생의 누나·언니 대접이 싫지 않았는지 많은 동생들과 관계를 잘 맺었습니다. 주말까지 7~8명이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모여 노는 모습을 본 어른들도 학교에 생기가 돈다고 칭찬까지 해 주셨습니다. 적은 인원이어서 1:1 맞춤교육이라 해도 흠이 없을 정도의 교육이 이뤄졌지만, 담임선생님이 아이와의 관계나 성향에 따라 1년이 즐거울 수도 어려움이 많은 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그래도 전교생, 또래집단과의 관계가 수월하여 전교생과 잘 지냈지만 친구관계가 천편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 또한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농촌(시골)에서 산다고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현재 저희 3명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자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지역의 굿즈 상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고, 둘째는 대학교 4학년, 셋째는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하여 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별 볼 일 없네’라며 실망할 수 도 있으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작은 학교가 가지는 매력은 분명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설계하고, 선택하는 방식의 교육이 밑바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 안에서 갈등 조정능력을 키우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타고 놀면서 적응력을 기르며, 놀이를 하면서 창조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4차 혁명의 시대, AI시대를 대비하여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터”만이 아니라 농촌의 역사, 공동체, 마을을 잇는 역할입니다. 다시 말해 그 마을이 존재하고 유지되는 것은 ‘학교’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면서 농촌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가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자라는 것은 못마땅하면서 농촌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은 건강합니다. 그리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기사는 [진안군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잇다'에 수록된 글을 소개한 것입니다.
http://www.refarm1.com/bbs/board.php?bo_table=21_webzine&wr_id=391&page=2#top
사람과 마을, 마을과 지역, 지역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
글_이주영 / 삽화_최영
귀농귀촌의 상담 건수에 비해 실제로 귀농귀촌의 인구 증가 추이 결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진안군 연간 700~1,000여 건의 상담건수를 바탕으로 상담을 통해 이주한 경우는 약 10~15건)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문제, 주거 문제 등이 있다면 40대 상담자층에서는 단연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상위를 차지합니다. 농촌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과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조바심, 마지막으로 전학으로 인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상담사례가 아닌 저희 가정의 사례를 통해 귀농귀촌한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생각해 볼까 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4명입니다. 저희가 진안으로 이사 올 당시 아이들은 초 6, 초 4, 초 1이었고 막내는 돌을 갓 지났었습니다. 처음 전학 올 때 전교생이 12명인 작은 학교였고, 큰아이는 해당 학년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작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큰 모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저희 가족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로 꼭 오시라는 말씀을 미안해서라도 감히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 아이들이 선생님과 맞춤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 원하는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며, 같은 학년과의 관계가 폭넓지는 못하지만 전교생이 한 학년처럼 관계를 넓힐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동네가 고향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제 자식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쏟을 수 있는 관심을 모두 쏟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부모라면 느끼시겠지만 아이들은 한 배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격과 생활습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사는 모습도 시골을 대하는 태도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도 작은 학교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도 있고, 생각과 다른 면도 있었습니다.
우선 약속대로 아이들이 원하는 방과후 수업을 되도록이면 의견수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고, 정말 전교생이 친형제·자매처럼 잘 지냈습니다. 물론 큰 아이는 또래가 없어 수업시간이 힘든 면도 있었지만, 전교생의 누나·언니 대접이 싫지 않았는지 많은 동생들과 관계를 잘 맺었습니다. 주말까지 7~8명이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모여 노는 모습을 본 어른들도 학교에 생기가 돈다고 칭찬까지 해 주셨습니다. 적은 인원이어서 1:1 맞춤교육이라 해도 흠이 없을 정도의 교육이 이뤄졌지만, 담임선생님이 아이와의 관계나 성향에 따라 1년이 즐거울 수도 어려움이 많은 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그래도 전교생, 또래집단과의 관계가 수월하여 전교생과 잘 지냈지만 친구관계가 천편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 또한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농촌(시골)에서 산다고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현재 저희 3명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자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지역의 굿즈 상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고, 둘째는 대학교 4학년, 셋째는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하여 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별 볼 일 없네’라며 실망할 수 도 있으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작은 학교가 가지는 매력은 분명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설계하고, 선택하는 방식의 교육이 밑바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 안에서 갈등 조정능력을 키우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타고 놀면서 적응력을 기르며, 놀이를 하면서 창조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4차 혁명의 시대, AI시대를 대비하여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터”만이 아니라 농촌의 역사, 공동체, 마을을 잇는 역할입니다. 다시 말해 그 마을이 존재하고 유지되는 것은 ‘학교’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면서 농촌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가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자라는 것은 못마땅하면서 농촌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은 건강합니다. 그리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기사는 [진안군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잇다'에 수록된 글을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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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을, 마을과 지역, 지역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