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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 / 황대권


아침에 페북을 열어보니 겨울김장할 때마다 늘 따로 챙겨주는 홍농의 송경아 동지가 “선생님, 저 주세요”하고 댓글을 달았기에 전화를 걸어 시들기 전에 바로 가져가라 했다. 잠시 후 주경채 송경아 부부가 이번에 거둔 거라며 쌀 한 부대를 들고 나타났다. 내가 산속에서 벼농사를 안 지으니 주변에서 이런 식으로 쌀을 공급해주어 아직까지 쌀을 산 기억이 별로 없다. 미안해서 오이 한 박스에 방금 만든 동과 잼 한 병을 덤으로 주었다.

나는 오래전 시골로 내려올 적에 마트에 의존하지 않는 삶, 다시 말해 물물교환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꿈꾸었다. 욕망을 줄이고 공동체적 관계를 잘 유지하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시골이라 교환구조만 잘 짜면 먹을거리는 충분히 물물교환으로 감당이 된다. 거기에 중고 및 재활용 교환센터를 곳곳에 만들어놓고 한켠에 Repair Shop을 두면 웬만한 물건도 마트 신세를 질 필요가 없다. 허나 우리네 삶의 규모가 물물교환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커져 그야말로 한낱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긴 해도 이런 식으로 소소한 물물교환이 지속되길 바랐지만 그마저도 바쁜 일상에 쫒겨 잘 되질 않는다. 모두들 ‘다이소’와 ‘쿠팡’의 신자가 되어 열심히 신앙생활하기에 바쁘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등록 신자 가운데 하나이다. 어쩌면 기후위기와 판데믹이 인간들의 삶의 규모를 물물교환 수준으로 축소시켜줄지도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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