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청산면에 '청산별곡'이라는 작은 미디어센터가 얼마 전 개소식을 가졌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조만간 취재를 할 참이다.) 이 공간에서 면 지역의 청소년들이 쉬고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진안에서도 어른들이 조금만 마음을 내 주면 면 지역마다 청소년을 위한 이런 작은 공간 하나 쯤은 만들어 줄 수 있겠다 싶어 속 없이 소개한다.
#1.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대충 놀다가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시골 면지역에는 편의점도 많이 없거니와 아이들에게 새로 생긴 편의점이 테이블과 의자까지 갖춰져 나름 새로 생긴 복지였을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일과를 그렇게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고 했다. 간혹 막차를 놓치면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갔다고 했다. 시골길은 도로에 가로등도 인도도 없어서 위험하다. 깜깜한 암흑속의 거리를 혼자 걷는다 생각하면 무서울 법도 한데 자주 걸으니 괜찮다고 했다.
#2.청산별곡이란 공간이 만들어지고 나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많이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 청소도 하고 음료도 만들고 나름의 기여를 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간식과 저녁도 제공하는데 재료비는 공간에서 부담하고 요리는 아이들이 직접 한다. 어제는 스스로 장을 봐와서 떡볶이를 해 먹었다. 떡볶이 떡은 청산떡방앗간에서 청산쌀로 만든 떡과 고춧가루는 청산 고추로 갈은 것을 주문했다. 서로 요리법이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하면서 썩 간이 잘 된 요리는 아니지만 그럴 듯하게 만들었다. 어묵과 소시지, 양배추까지 잔뜩 넣은 떡볶이를 저희들끼리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다 먹었다.
#3.엊그제 만난 청산중 진로교사가 불쑥 공간에 찾아오시더니 아이들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리고 갑자기 지갑을 꺼내시더니 20만원의 거금을 쾌척하며 후원을 하신다. 돕고 싶다고 했다. 같이 연계하고 싶다고 했다. 참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아이들이 공간을 편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웃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떤 60대 어른은 뒤늦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이 되는 공간에서 영상을 봐야 하는데 여기 있어도 되느냐고 오셨다. 얼마든지 쓰시라고 했다.
#4.공간이 조금씩 자리잡고 아이들이 드나들면서 질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예열을 하면서 달궈지고 있다. 필요한 물품과 장비들도 서서히 갖춰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관계로 인해 지역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교평리 이장님은 아이들 통행하기 위험하다며 면사무소에 들러 횡단보도를 그리는 것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고 마을 회의록을 첨부해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고마운 마음들을 모아내고 복 지어내는 일을 꾸준히 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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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청산면에 '청산별곡'이라는 작은 미디어센터가 얼마 전 개소식을 가졌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조만간 취재를 할 참이다.) 이 공간에서 면 지역의 청소년들이 쉬고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진안에서도 어른들이 조금만 마음을 내 주면 면 지역마다 청소년을 위한 이런 작은 공간 하나 쯤은 만들어 줄 수 있겠다 싶어 속 없이 소개한다.
#1.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대충 놀다가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시골 면지역에는 편의점도 많이 없거니와 아이들에게 새로 생긴 편의점이 테이블과 의자까지 갖춰져 나름 새로 생긴 복지였을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일과를 그렇게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고 했다. 간혹 막차를 놓치면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갔다고 했다. 시골길은 도로에 가로등도 인도도 없어서 위험하다. 깜깜한 암흑속의 거리를 혼자 걷는다 생각하면 무서울 법도 한데 자주 걸으니 괜찮다고 했다.
#4.공간이 조금씩 자리잡고 아이들이 드나들면서 질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예열을 하면서 달궈지고 있다. 필요한 물품과 장비들도 서서히 갖춰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관계로 인해 지역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교평리 이장님은 아이들 통행하기 위험하다며 면사무소에 들러 횡단보도를 그리는 것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고 마을 회의록을 첨부해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고마운 마음들을 모아내고 복 지어내는 일을 꾸준히 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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